본문 바로가기
러시아 문화&민족

러시아 미인 그 기준은? 중세 시대의 '미' (김태희가 밭 매는 그런 곳)

by 모스크류바 2020. 8. 9.

Photo by Anton Mislawsky on Unsplash

 

러시아 미인이 그렇게 많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오늘은 그 미인의 기준이 뭔지, 진짜 김태희가 밭 매는 그런 곳이 맞는지 왜 그런건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슬라브민족을 포함해 중세의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모성애와 결부되어 있었습니다(우리나라도 비슷한거같아요) 이 때문에 무엇보다 풍만한 몸매(양귀비 생각나쥬?) 듬직한 체격, 큰 키, 당당한 자세가 미의 기준이 되었답니다.

 

출처 : RUSSIA YANDEX

 

그런가 하면 젊은 아가씨들에겐 '슬라부트노스티'가 있어야 했는데, '슬라부트노스티'란 과연 무엇이고 러시아 미인의 진정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명성높은’, ‘영예로운’이란 뜻의 단어(슬라브니 славный)에서 파생된 ‘슬라부트노스티(славутность)’는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요. 호감가는 외모, 매력, 예의바름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출처 : RUSSIA YANDEX

 

혈색이 좋아야 미인

 

여러가지 자료에 따르면 과거 러시아 여성들은 80kg은 넘어야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꿀이네요...) 게다가 이러한 기준은 상인, 농노, 수공업자, 군인 등 사회 모든 계층에서 동일했는데요.

 

반면에 마른 것은 심각한 단점이었다고 해요. 중세 러시아에서 여성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어머니로서의 역할이었으며 말랐다는 것은 병약함의 징후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출처 : RUSSIA YANDEX

 

병약한 처녀를 아내로 들이면 아이를 유산하거나 출산하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그랬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건강하고 참을성 있는 여자들만이 현모양처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고들 생각했습니다.

 

건강한데 체질적으로 마른 처녀들은 시집을 잘 가기 위해 잔꾀를 부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겉옷 안에 블라우스를 겹겹이 입어 포동포동해 보이도록 한 것인데요.(참 요즘사람인 저는 부럽기만 하네요)

 

출처 : RUSSIA YANDEX

 

미의 기준은 균형잡힌 얼굴, 뽀얀 피부에 발그레한 볼,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었다. 이러한 기준을 모두 갖춘 미인들을 ‘혈색이 도는 뽀얀 얼굴(кровь с молоком)’이라고 불렀다. 뭐 우리말로 하면 우유빛갈 피부정도 되겠죠?

 

물론 이런 기준을 다 맞추기란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얼굴을 희게 만들어주는 분과 볼을 붉게 해주는 용도로 비트가 사용됐다고 합니다.

 

출처 : RUSSIA YANDEX

 

검은 눈썹을 위해 안티몬 가루로 특수 염료를 만들었으며 지방과 재를 섞은 것이나 석탄으로 눈썹을 그리기도 했구요. ‘검은 담비 같은 눈썹(собольи брови)’이란 표현은 젊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것으로 민간에서 아주 자주 사용되기도 했답니다.

 

1635~1639년에 독일 수학자 아담 올레아리우스는 러시아 여인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중년의 여성들은 전반적으로 보기 좋은 몸매에 부드러운 얼굴과 몸을 가졌다. 하지만 도시의 여성들은 분칠을 하고 입술을 붉게 칠해 마치 누군가 밀가루 한 웅큼을 얼굴에 끼얹고 붓으로 뺨에 붉은 물감을 칠한 것처럼 보인다. 눈썹과 속눈썹도 검게 칠하는데 가끔 밤색으로 칠하기도 한다. 어떤 여자들은 (연지를 칠하는 것보다 태어난 그대로가 더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이웃여자나 말상대가 하도 화장을 억지로 권하는 바람에 자연미가 인공미에 가려지기도 한다.”

 

출처 : RUSSIA YANDEX

 

물론 모든 여자들이 그처럼 화장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당시에도 개성있는 자연미가 더 높이 평가됐다고 하는데요. 걸음걸이도 중요시되었고, 걸음걸이는 ‘백조가 헤엄을 치듯이’ 서두르지 않고 침착해야 했습니다.

 

중세 러시아의 아가씨들은 우물물을 길어 멜대에 물양동이를 지어나르면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침착하게 걷는 법을 연습했다고 합니다.

 


출처 : RUSSIA YANDEX

 

발뒤꿈치까지 오는 긴 머리

 

중세 러시아에서는 머리카락을 ‘코스미(космы)’라고 불렀는데, 머리카락을 우주(космос)와의 소통을 돕는 일종의 안테나로 여겼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여자와 남자 모두 머리를 길렀기 때문인데요! 러시아 처녀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땋고 다녔으며 그것은 단순히 헤어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지금의 CIS 독립국가연합이라고 불리우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문화 속에는 아직도 남아있는것 같아요)

 

출처 : RUSSIA YANDEX

 

슬라브인들은 세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첫 번째는 영혼의 세계, 꿈과 사고인식의 세계(навь, 과거), 두 번째는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 감각기관으로 인지하는 세계(явь, 현재)이며, 세 번째는 신들의 세계(правь, 미래)를 말합니다.

 

출처 : RUSSIA YANDEX

 

여자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세 갈래로 머리를 땋아주었는데 이것은 이 세 가지 세계의 통합을 상징했습니다.

 

땋은 머리채가 등을 따라 가지런히 놓이면 우주의 기운이 머리카락을 통해 척추로 들어가 장차 어머니의 역할에 필요할 생명력을 몸과 영혼에 불어넣어준다고 믿었기 때문인데요.

 

출처 : RUSSIA YANDEX

 

건강하고 긴 머리카락은 수많은 러시아 동화에서 여자의 중요한 덕목으로도 나옵니다. 동화에 나오는 미녀들은 대개 발뒤꿈치까지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땋은 머리채의 폭은 손바닥만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헤어샵에서 할 수 있는 머리카락 이어붙이기 같은 기술은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는데, 그래서 풍성한 머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처자들은 땋은 머리에 말총 가닥을 엮어 넣기도 했습니다.

 

출처 : RUSSIA YANDEX

 

땋은 머리를 보면 주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젊은 여자가 머리를 하나로 땋았다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고, 만약 머리에 리본을 묶었다면 시집 갈 나이가 됐다고 잠재적 신랑감들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는 사실.

 

리본이 만약에 두개라면 이미 신랑감을 정해 양가 부모님의 축복을 받았다는 뜻입니다.(참 신기하네요)

 

출처 : RUSSIA YANDEX

 

결혼 후에 여자는 머리를 양 갈래로 땋는데 자신과 미래의 아기 두 사람 몫의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왕관처럼 머리 위로 올려 남의 시선으로부터 머리카락을 가려주는 머릿수건으로 고정했습니다.

 

여자에게서 머릿수건을 뺏는 것은 지독한 모욕으로 여겨졌습니다. 여기서 나온 표현이 ‘опростоволоситься(모자/머릿수건을 벗다, 머리를 드러내다, 웃음거리가 되다)’, 즉 ‘опозориться(자기 이름을 더럽히다, 망신을 당하다)’ 입니다.

 

출처 : RUSSIA YANDEX

 

연작 <발키리아의 보물>에 작가 세르게이 알렉세예프는 여인에게 머리카락을 잃는 것은 끔찍한 형벌이라고 썼습니다. 여인의 머리카락을 자르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없으며 둘 사이의 우주적 관계가 사라지며 남편이 전투에서 죽을 수도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RUSSIA YANDEX

 

여자들은 자신이 마음을 준 사람에게만 네 개의 손가락을 위한 구멍이 난 빗으로 자신의 긴 머리를 빗도록 허락했습니다. 남자는 빗을 손가락에 끼워 긴 머리를 빗과 손가락으로 동시에 빗겨주었는데 빗질을 하는 동안 머리카락 한 올도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나이 많은 노파들은 머리카락을 한 올이라도 떨구게 되면 새들이 둥지로 물고 가서 머리카락 주인이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며, 머리는 손가락으로 꼼꼼히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집중하면서 빗어줘야 좋다고 합니다.

 


출처 : RUSSIA YANDEX

 

부지런한 팔방미인

 

호감가는 외모와 숯많은 머리만으로 ‘슬라부트니차(славутница)’가 될 수는 없는데요. 진정한 미녀가 되려면 명석한 두뇌와 원만한 성격도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요조숙녀들은 예절, 순종, 온순함에 더해 쾌할한 성격 그리고 노래와 춤추는 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슬라부트니차’의 중요한 자질 중에는 부지런함도 있는데요. 여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뜨개질, 바느질, 요리, 집안일 등을 배웠으며, 젊은 처녀들 사이에서는 자수가 특히 인기였는데 현모양처가 되려면 자신의 결혼 예복에는 직접 자수를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출처 : RUSSIA YANDEX

 

이 정도면 뭐 너무 완벽해서 흠잡을 곳이 없는 그런 '미'의 기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국과 러시아의 옛 미의 기준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머리를 땋아 올림머리를 한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역사드라마 속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생각나시죠? 

 

그러나, 재미는 있지만 왜 여자는 이런 조건을 갖추어야만 하는건지 왜 그런 조건을 맞춰가야만 하는건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지네요. 한편으로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로 접근해서 질문을 던져보고 현재는 어떠한 모습으로 기준이 남아있는지 앞으로 더 알아가보고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