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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사&정치

러시아 전승기념일 퍼레이드 '승리의날' 그 역사속으로

by 모스크류바 2020. 6. 26.

출처 : paraparabellum.ru_1945.05.09 승리의날

 

러시아의 전승기념일에 대해 아시나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가 독일에게 승리한 날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축제의 날입니다. (러시아도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중 하나입니다~!)

 

출처 : ru.wikipedia.org

 

75년 전, 1945년 5월 9일 소련은 나치 독일을 상대로 한 '대조국 전쟁(Великая Отечественная война; Great Patriotic War)’에서 승리합니다.(대조국전쟁은 러시아 사람들이 붙인 이름인데, 세계사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은 '독소전쟁' 입니다.)

 

원래 독일군이 연합국에 항복한 날은 5월 7일이지만, 독일군 작전참모장은 연합군사령부에서 5월 8일 11시를 기하여 군사행동을 종료한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때 스탈린은 소련군이 참가하지 않은 서명은 인정할 수 없다하여 베를린에서 5월 8일 밤 10시 43분에 다시 서명을 받습니다.

 

이 시각이 모스크바 시각으로 5월 9일 00시 43분이었으므로, 소련에서는 5월 9일을 '승리의 날' 즉, 전승기념일로 지정해왔고, 소련의 승계국가인 러시아는 이 날을 전승기념일로 경축해오고 있습니다.

 

출처 : pixabay.com_러시아 승전기념일 군사 퍼레이드

 

그렇다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조국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이 날은 러시아에서 어떤 거사를 치루며 기념할까요? 엄청난 희생을 뒤로하고 얻은 값진 승리를 성대한 군사 퍼레이드로 기념하는데요! 사실 러시아인들에게 승전기념일(승리의날)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출처 : ko.wikipedia.org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희생을 겪은 나라로 약2,800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하였습니다. (독일 약900만, 폴란드 약600만, 프랑스 약60만, 영국 약45만, 미국 약40만 명 사망 추청)

 

전체 사상자의 수가 약 6천만명인데, 다른 연합국에 비해 3배 이상의 피해를 입었으며, 당시 러시아 인구의 약 12% 수준이 전쟁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었습니다.

 

출처 : bemil.chosun.com

 

이러한 아픔을 딛고 일어난 러시아는 전쟁의 승리를 다른 어떤 나라보다 특별하고 성대하게 치룹니다. 매년 이 행사를 치루는데 2015년에는 8억 1천만 루블(약 160억)이 들었고, 2016년에는 2억 9천 5백만 루블(약 58억)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군인들이 퍼레이드에 참가하고, 과시할 수 있는 무기들과 함께 행사가 진행되며, 열병식에는 매년 약 2천500만명의 인파가 참여하여 축하합니다. 이러한 행사는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전국민이 이 날을 함께 기념하면서 화합하고 단결되는 것 같습니다.

 

출처 : kuda-spb.ru_승리의날 기념 대규모 폭죽

 

행사를 마칠 때는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모인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만세' 라고 외치는데, 수십년전, 엄청난 희생을 치루고 얻은 전쟁 승리의 기쁨과 감격으로 인해 덩달아 가슴이 찡해집니다.

 

출처 : m.mk.co.kr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승전기념일 당일에는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전투기 퍼레이드만 진행되고,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하였으며, 엊그제인 6월 24일에 뒤늦게야 성대한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안전할 것인가 수많은 여론이 있었지만, 러시아는 거사를 또다시 치뤘습니다.

 

출처 : newsis.com

 

이번 행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기 집권 가능성을 열어주는 개헌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치러지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개헌안 통과를 전제로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국가적인 행사를 통해 다양한 러시아 국민들을 통합할 수 있으며, 외교 정책과 강력한 권력을 지향하는 러시아 정부의 행동을 정당화 하는데 사용되기도 하면서, 단순한 전승기념일을 넘어 정치적인 행사로서의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승전기념일 마다 경험상 날씨가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우연일까요?

2017년, 기념일 전날까지 눈비가 몰아치는 겨울 상황이 연출되면서 과연 9일 당일에는 날씨가 좋아질까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9일 아침이 되자 날씨는 어김없이 좋아졌고 성대한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되었다는 사실!

 

아니나다를까, 'Russia 포커스'는 이미 몇년째 모스크바에서 기상 조작 기술을 사용해 전승 기념일 퍼레이드를 앞두고 구름을 흩어버린다고 전한 바가 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구름 소탕'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소련 시절에 이미 개발되었고, 구름 제거 과정은 화창한 날씨가 필요한 지역으로부터 50~150km 떨어진 곳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구름의 종류에 따라 드라이 아이스, 액화질소, 시멘트에 기반한 혼합물을 사용하고, 그 결과 수분은 살포된 시약의 핵에 농축되고 먹구름은 이미 탈수된 상태로 모스크바에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장 강한 비구름은 요오드화은으로 폭파시킨다고 합니다.

 

대단한 러시아....!!!(사실, 대단한게 아니라 무서운 러시아 입니다ㅠㅠ 켐트레일을 이용한 구름소탕은 독성물질이 포함된 알류미늄 가루로 인체에 엄청 유해한 성분입니다...) 어쨌든,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가면서 매년 이런 행사를 치루는 러시아, 이 정도면 5월 9일 전승 기념일을 궂은 날씨 때문에 망쳐 버리기엔 너무나 중요한 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죠?

 

출처 : russian.rt.com_'꺼지지 않는 불"

 

마지막으로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러시아만의 특별함이 또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꺼지지 않는 불꽃'(영원의 불꽃_Eternal Flame)입니다. 전쟁기념비와 함께 꺼지지 않는 불꽃은 러시아의 대부분 도시에 있는데, 1년 365일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꺼지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천연 가스 자원이 풍부해서 불 밑으로 계속 가스를 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데, 재밌는 사실은 2011년 10월 채무로 인해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 단 한번 꺼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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