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러시아 사회의 다섯가지 역설 (별자리운세를 인터넷보다 더 믿는 러시아인)

by 모스크류바 2020. 8. 3.

Photo by Vincentiu Solomon on Unsplash

 

러시아 친구들은 하나같이 친해지면 물어보는게 있습니다. '너 생년월일이 언제야?' 이 말은 별자리운세를 보기 위해 묻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몇몇 친구들이 이런쪽에 관심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자주 많은 러시아 친구들이 별자리운세를 묻곤 했었는데요.

 

최근 한국에서 만난 러시아 친구도 동일한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 머쩍다는 듯이 말하기를 '우리 러시아인들은 별자리운세를 너무 좋아해' 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네요^^ 

 

러시아라는 나라, 참 신기하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데요? 오늘은 '러시아 사회의 다섯가지 역설'이라는 주제로 러시아에 대해 몇가지 파해쳐보며 나눠보고 싶어요! 

 


 

 ①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Photo by Sebastián León Prado on Unsplash

 

2014년 러시아 크림반도 합병 이후로 경제가 휘청했던 적이 있었죠? 당시 G8 러시아가 축출당하면서 G7이 되고, 서방의 각종 제재가 발동하면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50% 이상이 하락했었습니다. 

 

크림반도 출처: 시사상식사전

 

2015년 4분기 결산에 따르면 소비자신뢰지수(CCI)가 -26%까지 떨어졌으며, 이는 4분기 수치로는 2000년 이래 최악의 수치였습니다.

 

또한 4분기임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지난 16년간 이보다 나빴던 경우는 2009년 금융위기 때와 당시 크림반도 합병 이후 뿐이었는데요.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그러나 위기의 부정적 영향이 자신의 지갑까지 미쳤음에도 러시아인들은 위기가 왔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2015년 상반기 내내 사람들은 소득이 곤두박질치고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봤으나, 동시에 가장 나쁜 때는 지났다는 생각과 이미 위기는 심각하고 장기화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인데요.

 

Photo by Stan B on Unsplash

 

바로 이 어려운 때에 프치옴이 조사한 행복지수는 역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응답자의 70%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대답한 것이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모순이 부정적 외부요인을 보상하려는 심리에서 나온다고 설명하며, 자기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하다고 말해야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그런 심리인거죠.

 

 

*러시아 크림반도 합병 : 2014년 3월 우크라이나의 자치공화국이었던 크림반도가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민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에 따라 러시아에의 합병을 결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의 러시아 연방 병합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병합이 완료됐다.

 


 

② 대통령이 어련히 다 알아서 할까 

 

 

한참 '이슬람국가(IS)'가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시기, 시리아 파병 문제를 두고 러시아 연방의회(상원)가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파병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몇시간 만에 현지 주둔 러시아 공군이 공습을 개시했었죠.

 

2015년 9월 중순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설문에서는 응답자 중 69%가 시리아 군사지원에 반대했으나, 10월 초가 되자 응답자 중 72%가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거점 공습 결정을 지지한바 있는데요.

 

불과 2주만에 군사작전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뀐 것입니다.

 

 

또한 공습에 찬성한 응답자 대부분은 러시아가 누구의 편이며, 누가 누구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습니다. 러시아 지도부에 보낸 신뢰와 중동 정세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이 공존하는 모순이었죠.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이 어련히 알아서 할텐데' 심리와 '작은 전쟁에서의 승리'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좋은 예로 남기도 했습니다.

 


 

정교신자지만, 신은 믿지 않는다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우스 1세(왼쪽)과 러시아의 키릴(오른쪽) 교주 /가디언

 

'러시아는 정교회'라는 이미지가 대부분 연상되실 것 같은데요? 고르바초프 등장 이후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면서 종교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러시아의 최대 종교라 할 수 있는 것은 제정러시아 이래 러시아 국민의 사상, 문화, 풍속 등에 깊은 영향을 끼쳐왔던 정교회인데요.

 

이외에 중앙아시아 지방의 제1의 종교로서 이슬람은 러시아 내에서 타타르인들을 비롯한 소수의 민족들이 신봉하고 있으며, 그 밖에 소수종교로 칼미크족과 부랴트족의 불교와 여러 그리스도교 분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주의 영향으로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나름 존재하구요. 

 

 

‘여론(Общественное мнение)’재단의 설문 결과, 고유 러시아인 중 스스로를 정교도라 답한 사람이 72%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 중 4%만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 종교의식에 참여한다고 하는데요. 

 

게다가 정교도의 60%는 자신을 종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정교신자라고 하는 사람의 약 30%는 아예 신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이는 긍정적인 민족적 정체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교도'와 '러시아인'이라는 두 단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동의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정교신자'라는 말이 항상 그 사람의 신앙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것이죠?

 


 

④ 잘 알지도 못하면서 타박 

 

Photo by JESHOOTS.COM on Unsplash

 

레바다센터라는 곳에서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인 대부분(약70%)이 안전을 위해 해외여행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하는데요.(코로나 발생 전)

 

응답자 중 거의 절반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 위험함으로 해외여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대답했는데, 여기서 밝혀진 것은 이 설문의 응답자 중 35%는 최근 5년 간 한번도 외국에 나간 일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별자리운세가 인터넷보다 더 믿음직해 

 

Photo by Michał Mancewicz on Unsplash

 

러시아인에겐 초자연적이고 불가사의한 신비의 세계가 글로벌 네트워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데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러시아인은 인터넷 미디어와 sns보다 미신과 세상의 종말을 더 쉽게 믿는다고 나타났습니다.

 

사후세계를 믿는 러시아인이 약 40%인데 반해 인터넷 뉴스를 믿는 러시아인은 겨우 5%이며, 다른 20%는 인터넷 뉴스를 믿긴 하짐나 텔레비전을 통한 '검증'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러시아인은 초자연적 세계의 현상과 존재 모두를 다 똑같이 믿지 않고, 가장 '신뢰하는 것'은 미신별자리운세인데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통적 주인공인 외계인과 좀비는 각각 6%와 2% 밖에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러시아 연방 정부에서 발간하며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자매지로 발행되고 있는 매체에 올라온 내용인데요.

 

 

100% 러시아인들이 이렇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러시아인들에 대한 느낌을 알아갈 수 있는 정보인거는 확실한거 같아요. 제가 만나본 러시아인들을 떠올려보면 분명 맞는 것 같습니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현지에 살지 않으면 쉽게 파악하기 힘든 러시아인들에 대한 역설적인 내용들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할께요! 

댓글